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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에 축산-어업-원예농 죽을맛”

입력 | 2015-07-29 03:00:00

“한우 선물세트 93%가 10만원 넘어”… 업계 “기준 적용땐 명절 판매 타격”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전국 축산·어업·원예 농가는 다 죽습니다.”

전국 농축산 및 어업 관련 협회가 내년 9월 적용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8일 열린 김영란법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시작부터 험악했다. 토론에 들어가기 전 굳은 얼굴로 물만 마시던 20여 명의 참석자들은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거친 말을 쏟아냈다. 정세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은 “국회가 입법 하나로 지금도 어려운 농가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초청을 받지 못한 다른 농어업 협회 관계자 10명은 권익위 앞에서 발만 구르며 대기했다.

농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김영란법의 ‘선물’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 한국법제원은 5월에 열린 김영란법 1차 공개 토론회에서 화훼류 5만 원 이상, 음식물 및 선물 5만 원 이상, 과일 한우세트 10만 원 이상을 ‘금품수수’의 기준으로 제안했다.

농협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올해 설 한우선물세트 가격대를 조사한 결과 10만 원을 넘는 제품이 전체의 93%에 달했다. 축산 농가의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게 설과 추석 선물세트 판매량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축산 관계자는 “쇠고기를 쪼개서 선물세트를 만들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수산물 역시 선물세트 196종류 중 5만 원 이상 상품이 109종류(55%)에 달했다. 수협 관계자는 “국내 전체 수산물 소비액이 6조7000억 원인데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팔리는 것만 1조5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수협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 규모가 최대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법안인데 국내 농수산물 소비 감소의 원흉으로 찍힐까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적정한 가격 기준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백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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