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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00] 농대생에 공학사 학위 주려…‘빡센’ 교육 어떻기에?

입력 | 2015-07-29 12:00:00

한경대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




2013년 12월, 2학년 학생 3명은 미얀마 흘레구의 KOICA 사업지역에서 답사와 봉사활동을 했다. 한경대 제공


경기 안성시 국립 한경대학교 제1농학관 1층에 들어섰을 때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복도 벽에 붙어있는 10개의 논문 요약 대자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지난해 12월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 4학년생들이 발표한 논문의 일부라고 했다. 내용과 수준이야 평가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학문적 성취를 격려하는 분위기만은 곧바로 전해져 왔다.

한경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 농생대에 공학과가 있는 것도 그렇고, 졸업하면 공학사 학위를 주는데다, 학과의 이름까지 길어 학과의 성격이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학과의 뿌리를 보면 감이 잡힌다. 학과는 한경대의 전신인 안성농업전문대(2년제)의 농촌개발학과, 안성산업대(4년제)의 농촌공학과를 잇고 있다. 그러다 2003년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예전에 비해 학과의 이름이 심플하지 않은 것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가르칠 내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학과는 정보(IT) 생명(BT) 문화(CT) 환경기술(ET)을 바탕으로 지역 개발, 국토 자원 활용, 지속가능한 전원 환경 조성을 위한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작물생산시설 자동화 등 생물생산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분야, 물과 토지 등 자연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국토자원 활용 분야, 지속적인 개발과 환경보전을 위한 국토건설 분야,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지역환경공학 분야 등이다. 매우 넓다. 거칠게 얘기하면 농촌, 토목, 환경이라는 3개 분야를 넘나들며 농업분야에 공학적으로 기여하는 학문이라고나 할까.

올 5월, 3학년 학생들이 경기도 용인 이동저수지에서 ‘수문학’ 실습을 하고 있다. 한경대 제공


김한중 교수(농업시설 및 농업정보 전공)는 “학과에서 배우는 골격은 농업시설 및 구조, 수자원, 지역환경, 농촌계획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농대생들에게 공학사 학위를 주기 위해 학생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빡세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1학년 전공과목은 창의적공학설계, 지역자원시스템공학의 이해 등이 있고, 2학년 때는 컴퓨터원용구조물 설계, 지역개발계획, 환경분석 및 실습, 유체역학 및 실습, 토질역학 및 실습 등을 배운다. 3학년 때는 지역통계분석 및 활용, 지역상하수도공학, 수리학 및 실험, 건설시공학을, 4학년 때는 지역자원정보공학, 친환경에너지시스템 설계, 토양복원공학, 해외현장실습 등을 개설해 놓고 있다.

4학년 김현경 씨는 오히려 배우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경우. 그는 “생물, 화학 등 영역이 확실한 학문보다는 생소하기 때문에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모든 과목에서 최고의 학점을 받아 동료보다 한 학기 빨리 4학년으로 진급했다. 그의 꿈은 토목직 공무원.

학과장인 박성직 교수(농촌 수질 및 토양 환경 전공)는 배우는 분야가 다양한 것을 이렇게 풀이했다. “우리 학과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고교에서 배운 모든 이과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까지 필요로 한다. 이는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학과에 적성이 없다’고 하는 학생에게는 ‘적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학문의 깊이가 모자란다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보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3학년 홍승희 씨는 “배워야 할 분야가 넓기 때문에 1, 2학년을 진로탐색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토목에 관심이 있다가 환경 쪽으로 기울어 지금은 수질환경기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흥미 없는 과목을 배워야 하기에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지만, 직업을 찾을 때는 지원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매년 12월, 4학년 학생들의 논문발표회는 학업의 성취를 확인하는 학과의 중요한 행사다. 한경대 제공


학과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교수들이 젊다는 것. 8월에 정년을 맞는 교수를 제외한 교수 4명의 평균 연령은 48세. 그래서 학교 밖의 트렌드를 받아들여 교육과정을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교수들과 소통도 잘된다고 자랑한다. 학생수가 많지 않아 교수들과 일대일 상담 등을 자주 하기 때문에 학업의 고민을 해소하고 진로를 찾아가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실업계 고교에서 농업토목과를 졸업하고 이 학과에 입학한 3학년 박찬호 씨는 “초기에는 이과 과목의 기초가 달려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교수님들의 관심과 지도 덕분에 지금은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가 학회장을 맡은 이후 학생들의 결집력이 높아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전국에는 이 학과와 비교할 만한 동종학과가 11곳(국립대 10곳, 사립대 1곳)이 있다. 이 학과 교수들은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한경대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는 4위 정도라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입학생의 출신지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보통은 서울 출신이 3분의 1이고 나머지는 경기 남부 지역이나 인천 출신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천 출신이 줄어드는 대신 영호남과 충청 출신이 늘고 있다는 것. 학과는 지명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졸업생들은 대체로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의 시설관리공단이나 환경관리공단, 그리고 농업, 환경, 수질관리 분야의 연구소로 진출한다. 기업으로는 토목건설, 엔지니어링, 환경전문, 농촌컨설팅 회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재학 중 토목기사, 수질환경기사, 폐기물처리기사, 건설재료시험기사,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사, 건설안전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05학번 안선민 씨는 “같은 토목을 공부했더라도 토목만 공부한 다른 학과 출신과 다양한 연관 학문 속에서 토목을 공부한 한경대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 출신은 쓸모에 차이가 있다”며 “전체적인 틀 속에서 토목을 공부한 것이 취업과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대가 있는 안성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오고, 대학까지 한경대를 졸업한 05학번 이미송 씨. 그는 2013년 11월 안성시청의 토목직 공무원이 됐다. 안성토박이로서 안성시청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은 자랑이자 보람이다. 그는 “토목기사 자격증을 딸 때 대학에서 이미 토목설계와 응용역학을 배웠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학과에서 방학 중에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해주며 출석률이 90% 이상이면 수강료를 면제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로 이름이 바뀐 뒤 배출한 졸업생들은 200여 명. 취업률은 한때 70%까지 올라갔으나 최근에는 조금 떨어졌다. 건설경기가 나빠져 취업이 힘들어진 탓도 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트렌드가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힘들게 생각했던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이 되는 선배들이 늘어나면서 졸업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 중소기업에 가기보다는 취업재수를 해서라도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이 되려는 졸업생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취업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학과는 매년 두 차례 이상 졸업 동문들을 초청해 후배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특강을 한다. 한경대 제공


학과의 2015학년도 수시 일반전형 최종등록자의 학생부 등급은 4.56등급이었고, 정시는 4.1등급이었다.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학생들이 4년간 공부해서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이나 공단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됐기 때문. 이런 변화는 학생들이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학과와 교수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학과에 흥미와 적성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열심히 가르쳐 사회에 배출하겠다는 게 교수들의 각오다.

한경대는 국립대다.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220만 원 정도로 다른 대학에 비해 싼 편이다. 2014학년도 대학 전체의 장학금 수혜율은 65,7%. 2016학년도 입학정원은 25명으로 수시에서 12명, 정시에서 13명을 선발하는데 정시는 ‘가’군에서 ‘다’군으로 옮긴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성직 교수의 나이는 이제 서른세 살이다. 그는 말한다. “앞으로 32년 동안 한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내가 이 학과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젊음은 참 좋은 것이다. 교수의 젊음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안성=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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