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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김무성의 “중국보다 미국”

입력 | 2015-07-30 03:00:00


그동안 국내 정치의 맥락에서만 봤는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외교 측면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그의 유별난 ‘친미’ 행보 때문이다. 이번 방미를 보수층 결집과 대선 주자로서 입지 강화에 활용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인지, 평소의 선 굵은 성격을 드러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외교적 득실은 나중에 판명되겠지만 일단 어록(語錄)은 남을 테니 흥행에 성공한 것인가.

▷27일 워싱턴 특파원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대해 너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은데 미국이야말로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화끈하게 말해버리면 외교적 파장이 생기기 쉽다.

▷김 대표는 26일 워싱턴에서 만난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큰절을 올렸고 이에 감동한 래리 키너드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은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답례했다. 앞서 김 대표도 이달 2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을 업고 주먹을 불끈 쥔 채 “Go together”를 외쳤다. 이런 장면에서는 제스처가 크고 표현이 강하더라도 외교적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그가 당 대표로서 작년 10월 제일 먼저 찾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시진핑 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도와줄 것을 정중히 부탁했다. 작년 6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중 관계를 ‘일의대수(一衣帶水·작은 물을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라고 했다. 이번엔 태평양 건너 미국에 더 친밀감을 표현했으니 중국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때론 속마음을 감추거나 한 자락 깔고 말하는 것도 외교에선 중요한 덕목이다. 굳이 중국과 비교해가면서 말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