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왕 흉상 철거하고… 체육관 이름 바꾸고… 일각 “극좌세력의 역사적 보복”
올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좌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임 국왕 흉상을 없애는 등 ‘왕실 지우기’ 작업에 나섰다.
스페인의 제2도시인 바르셀로나 첫 여성 시장인 아다 콜라우는 이달 23일 40년 동안 시청 대회의실에 놓여 있던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청동 흉상을 철거했다. 콜라우 시장은 “후안 카를로스는 더이상 국왕이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콜라우 시장은 시장선거에서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 후보로 당선됐다.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6월 아들인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고령으로 인한 건강악화와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의 부패 추문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주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는 것을 지지했던 콜라우 시장은 왕실에 반대하는 뜻에서 흉상을 치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는 1975년 11월 독재자 프랑코가 숨진 뒤 입헌군주제가 부활했고 후안 카를로스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스페인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크리스티나 공주가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되며 인기가 급락했다. 역사가인 아벨 에르난데스는 좌파의 ‘왕실 청산’ 움직임에 대해 “과거 민주화에 참여하지 못한 극좌 세력이 역사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