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5년동안 3兆 이상 급증 취업난에 빚 못갚는 졸업생 늘어… 장기 연체 ‘신용유의자’ 2만여명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 씨(25)는 빚이 1600만 원 있다. 몇 년 전 경기 용인시에 사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집에서 학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것만으로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빚은 계속 불어났다. 한때 창업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빨리 취업해 대출금을 갚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김 씨는 “대학원 진학의 꿈도 대출금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대란 속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20대 청춘들이 구직난과 빚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이 안 돼 빚에 허덕이다 결국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는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가장학사업과 학자금 대출을 총괄하는 한국장학재단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9조739억 원에서 지난달 말 12조3149억 원으로 35.7%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이용자도 151만 명에서 182만4300명으로 불어났고 1인 평균 대출액은 601만 원에서 675만 원으로 12.3% 뛰었다.
문제는 경기 악화와 청년 취업난 심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금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는 올해 6월 말 현재 2만915명이었다. 2013년 말 4만1691명으로 불어났던 신용유의자가 지난해 정부의 부채탕감 조치로 작년 말 2만231명까지 대폭 줄었지만 6개월 만에 다시 7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돈을 갚기로 되어 있는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원리금의 5%도 갚지 못한 든든학자금 장기 미상환자는 2013년 말 1000명에서 2014년 말 1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