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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생기니 당당” 어르신 어깨 펴졌다

입력 | 2015-07-30 03:00:00

기초연금 1년, 441만명 매달 20만원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인형극 활동을 하는 군포 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 이들은 “기초연금을 받은 후로 삶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군포 시니어클럽 제공

“내가 하도 고마워서 무언가 주고 싶은데, 줄 건 없고….”

지난달 초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에 남루한 옷차림의 김모 할머니(81)가 찾아왔다. 김 할머니는 직원에게 검은 봉지를 건넸고, 안에는 요구르트 3병이 들어 있었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자식이 주는 10만 원 남짓한 용돈으로 생활해 왔지만, 지금은 여기에 더해 매달 20만2600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그동안 외출할 일도 없고 돈도 없어 집에만 있었는데, 이걸(기초연금) 받은 후로 밖에 나오게 됐어. 은행 다니는 즐거움도 알게 됐지. 매달 2만 원씩 꼬박꼬박 저금도 한다니까. 무릎이 무척 아팠는데 그동안 참았거든. 이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도 받으니까 정말 좋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지급된다. 최고액은 1인 가구가 월 20만2600원, 부부 가구가 월 32만4160원. 2015년 4월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는 총 441만 명이며, 대부분(93.2%)이 최고액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매달 주어지는 20여만 원의 돈은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김 할머니 경우처럼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신모 씨(75)는 음식물을 씹기 힘들 정도로 이가 안 좋았지만 치료비가 부담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받은 기초연금을 모아 보철 치료를 받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 씨(73)는 몇 달 치 기초연금을 모아 밀린 월세를 갚았고, 서울 은평구에 사는 전모 씨(67)는 기초연금을 받은 후 매달 2만 원인 노래교실을 다니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달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가 “노인으로서 존중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삶에 여유가 생겼다” “자녀 도움이 없어도 살 만해졌다” “타인을 대할 때 당당해졌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도입 후 노인가구의 이전소득(무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 월 65만 원(2013년 4분기)에서 75만 원(2014년 4분기)으로 늘었는데, 노인들이 이 돈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경기 부양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명기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기초연금 도입 후 큰 규모는 아니지만 소비가 증가했고 국내총생산과 저축률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5년마다 물가상승률과 생활수준, 국민연금 상황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 액수를 올릴 계획이다. 또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수급 대상자가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28일 경기 군포에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초연금은 6·25전쟁 후 우리나라를 현재 위치까지 올려준 어르신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며 “기초연금 지급뿐 아니라 일자리도 늘려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군포=강성휘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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