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동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의 믿을 구석은 공격과 수비의 핵 김신욱(울산현대·왼쪽),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다. 둘은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한 이번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각각 창과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8월 1일 개막…원톱 김신욱·캡틴 김영권 ‘베테랑의 이름으로’
8월 2일 중국과 첫판
김신욱 타깃형 스트라이커 특명
“매경기 한골씩…킬러 보여준다”
주장 김영권 철벽수비 우승 각오
드디어 시작이다. 동아시아의 축구 패권 경쟁이 막을 올린다.
● 원톱 김신욱, ‘진짜 킬러’로 뜬다!
키 197.5cm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김신욱에게 동아시안컵은 각별하다. 2013년 대회를 통해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희망을 부풀렸다. 이후 잠시 시련을 겪었지만, 묵묵히 실력을 키워 값진 결실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슈틸리케호’에서의 행보도 비슷하다. 이번이 슈틸리케 감독과의 첫 걸음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A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100% 컨디션을 되찾았다. 오랜 시간 함께한 이창현(28)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체력, 스텝, 코어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몸을 만들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의 활약도 좋아졌다. 그의 대표팀 복귀가 언급될 때마다 줄곧 “잠시만”을 외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도 바뀌었다.
처음 만난 김신욱에게 등번호 9번을 부여한 슈틸리케 감독은 딱 한 가지 임무에 주력할 것을 요구했다. 전형적 원톱이다. 김신욱은 “9번(전방 공격수)의 플레이를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피지컬 코치도 겸하고 있는 카를로스 아르무아(아르헨티나) 코치가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오랜만에 맞는 옷을 입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김신욱이 가장 좋아하는 위치다. 울산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은 “(김)신욱이의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곳은 최전선”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동료들의 생각도 같다. “문전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라는 사령탑의 이야기에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이재성(전북현대) 등 공격 2선의 후배들도 “힘과 제공권이 좋은 신욱이 형은 최적의 파트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캡틴 김영권, ‘자동문’의 오명 씻는다!
김영권에게 2014년 6월 22일은 악몽 같은 하루였다.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2-4 패)이었다. 중앙수비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움직임을 거듭한, 그야말로 실수 종합선물세트를 만든, ‘회전문’과 ‘자동문’의 오명을 뒤집어쓴 경기였다. 당시 그는 FIFA TV 인터뷰 도중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버텼다. 실력만이 살 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영권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각종 평가전을 소화했고, 올해 초 호주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781분을 뛰었다. 전체 경기시간의 55%에 달하는 수치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동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진다. 김영권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중국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프리미엄도 있겠지만, 리더의 자질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에 앞서 일본무대도 경험한 만큼 동료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을 잘하면 경기를 이길 수 있고,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축구철학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 라이벌들과의 부담스러운 승부에서 흔들림 없는 김영권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 그는 “어느덧 고참의 위치가 됐다. 동료들을 잘 독려해 목표인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