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 분쟁] 신동빈 측 “형이 판단 흐려진 아버지 이용하는 것”
형제간 진실공방은 부친이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까지를 둘러싼 폭로전 양상을 띠며 막장드라마 수준까지 치닫는 양상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장님(신격호 총괄회장)은 일관되게 ‘이 인간’(신동빈 회장)을 쫓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동빈 회장 측인 한국 롯데그룹은 이날 낸 자료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30일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7일 일본 롯데홀딩스에 내려보냈다는 이사 해임 관련 지시서를 공개했다.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명) 등 롯데홀딩스 임원 6명을 해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래 사진에 신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인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란 서명이 보인다. KBS 화면 캡처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아버지의 뜻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의 인사는 창업 이후 아버지가 전부 결정했고 이번 건 역시 아버지의 뜻”이라며 “일본에 억지로 모시고 간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지시서’도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의 사인이 있는 지시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의결 등 상법상 절차가 필요하다. 해임 지시서만으로는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의 경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신동빈 회장이 중국 사업과 한국 롯데의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그가 한일 양쪽을 경영한다는 신문기사가 나왔지만 아버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18일 아버지가 동생(신 회장)을 일본 롯데그룹 임원에서 해임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일본에 가서 신동빈 회장의 방 앞에서 지팡이를 짚고 기다렸는데도 (신 회장이) 만나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인 신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구두로 (신 회장의)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시 신동빈 회장이 방에 없었다”며 “가장 억울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누나(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는 어느 편도 아닌 중립이며 아버지가 걱정돼 따라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롯데도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으로
아버지와 아들, 즉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은 가족간 분쟁은 서로의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 총괄회장이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해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황 실장은 ‘신동빈의 그림자’ ‘왕실장’ 등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신동빈의 사람’으로 꼽힌다. 황 실장은 3월 신 회장이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을 때 동행했다. 이때 신 회장을 대신해 언론 인터뷰를 했다. 신 회장은 특히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해외에 투자하는 결정을 할 때 황 실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M&A와 해외 투자는 한국 롯데그룹의 몸집을 키운 원동력이다.
황 실장은 지난해 1월 운영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기존에 국제실에서 도맡아온 해외 사업을 가져왔다. 황 실장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믿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신 회장과 가까운 황 실장을 해임하라고 한 것이 신 총괄회장의 진의였다면,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실장 이외에도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등이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