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관총을 재발굴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둥근고리칼(環頭大刀·환두대도)의 칼집 끝 장식. 선 안에 칼집에 새겨진 ‘尒斯智王刀(이사지왕의 칼)’라는 글자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금관총 재발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尒斯智王刀(이사지왕도·이사지왕의 칼)’라는 글자가 새겨진 칼집 끝 장식이 출토됐다”고 30일 밝혔다. 이와 함께 ‘가는 고리 귀걸이(細環耳飾·세환이식)’ 3점과 ‘굵은 고리 귀걸이(太環耳飾·태환이식)’ 1점, 유리구슬 여러 점도 함께 출토됐다.
앞서 2년 전에는 금관총에서 나온 다른 둥근고리칼(環頭大刀·환두대도)의 칼집 2점에서 ‘尒(이)’와 ‘尒斯智王(이사지왕)’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사실을 발견했다. 금관총에서 출토된 둥근고리칼 세 점 모두에 이사지왕과 관련한 명문이 새겨져 있는 것. 특히 2년 전 칼집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刀’자가 이번에 추가로 나옴에 따라 이사지왕의 칼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칼집 석 점에 적힌 명문은 특유의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똑같다. 이는 둥근고리칼 석 점이 모두 한 사람의 것임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지왕의 칼’임을 밝힌 명문이 또다시 발견됨에 따라 이사지왕이 금관총의 주인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한 세트의 칼 세 자루를 한꺼번에 피장자에게 하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번 발견은 이사지왕이 무덤의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유물 배치도에 근거한 반론에 대해 이 교수는 “왕이 묻힌 게 확실한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부장부에서 수십 점의 칼이 출토됐다”며 “더구나 유물 배치도를 그린 우메하라가 발굴이 끝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담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도 “칼을 석 점씩이나 하사할 필요는 없다”며 “더구나 모든 칼이 이사지왕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무덤의 주인을 이사지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무덤 주인이 이사지왕이라면 그가 누구였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학계는 이사지왕이 당시 신라 최고 지배자인 마립간(왕)이거나 이른바 ‘차칠왕(此七王)’ 등으로 불린 유력 귀족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