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4명, 여교사-제자 수십명 추행… 학교측 징계요청 무시 등 조치 미흡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이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이 학교의 교장이 사건을 은폐한 데다 성추행 성희롱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에서 교장을 포함해 남교사 5명이 무더기로 가해자로 지목됐고, 피해자는 여학생과 여교사를 포함해 수십 명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이 20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 과정에서 이 학교 교장도 성 관련 비위 행위를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장도 성추행과 성희롱의 경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있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 성희롱이 발생했는데 비행을 저지른 교사들에 대한 미흡한 조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건 직후 피해 여교사는 수차례 징계를 요청했지만 교장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교장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장이 의도적으로 교내 성추행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B 교사에 대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의 고발로 올 2월에야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해당 교사는 이후에도 두 달 정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4월에야 직위 해제됐다.
학교 성폭력 고충처리위원회 책임자인 C 교사도 지난해부터 복수의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D 교사는 여학생들을 ‘황진이’ ‘춘향이’ 등으로 부르고, 수업 중에 자신이 연예인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상습적으로 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또 교내 곳곳에서 갓 발령받은 20대 신규 교사 등 젊은 여교사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C, D 교사는 특별감사가 시작된 후인 22일 직위 해제됐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