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줄리안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게시물 아래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캡처
해시태그는 SNS에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수많은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된 표기법입니다.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글, 동영상이 어떤 주제와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사면’을 검색하니 ‘재벌총수 벌써 사면?’ ‘성완종 사면은 법치 훼손’ 등 여러 트윗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검색 결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더군요. ‘#홍대#마이쥬스#주스#사면#보틀#준다’ ‘#안#사면#바보’ 같은 해시태그 말입니다. #를 붙여 검색했기 때문에 당연히 ‘형벌을 면제한다’는 의미인 명사 ‘사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물건을 구입한다는 의미로 쓰인 ‘사면’이 포함된 트윗도 뒤섞여 나온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요즘은 해시태그를 단순히 업로드한 콘텐츠를 분류하기 위해 붙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 뒤에, 혹은 #와 # 사이에 하고 싶은 말은 적곤 한답니다. (참고로 # 뒤에 붙이는 말은 띄어쓰기가 안 됩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 혹은 ‘_’ 표시로 여백을 두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인기 요리사 백종원 씨의 아내 소유진 씨 해시태그 활용법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인스타그램에 두 살배기 아들 백용희 군 사진을 올리며 소 씨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 안으로 떨어진 쪼꼬만 스티커 하나 찾는 중;;;그…그래 #넌할수있어 #뱅용이 #홧팅!! (중략) #박수치느라사진은놓쳤네.’ 소 씨 외에도 여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사진 아래 ‘#팔은원래굵음_모른척해주세용’ ‘사진은_내가_잘나온걸로’ ‘#라섹의고통 #니네아니?’ 등 다양한 내용의 해시태그를 붙입니다.
사실 이런 해시태그는 애초부터 분류를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사회부’ ‘#○○○기자’를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문서들이 함께 검색됩니다. 하지만 ‘#칼배송을위해잘외워두자’ 같은 해시태그는 눌러도 해당 글 외의 다른 검색결과가 나오진 않죠.
아무런 규칙 없이 쓰이는 것 같은 이 해시태그를 왜 굳이 쓰는 건지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시태그는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꽤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네팔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땐 많은 사람이 #PrayforNepal을 달며 빠른 복구를 기원했습니다.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난 날엔 #Lovewins를 단 SNS 게시물이 수백만 건에 이르기도 했고요. 그 밖에 #먹스타그램(먹는 음식을 올린 인스타그램) #셀스타그램(셀카 인스타그램) 등 최근 SNS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용어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답니다.
해시태그 활용법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 뒤에 무슨 말을 쓰든 이것 또한 SNS상의 또 다른 ‘해시태그 화법’입니다.
가만히 보면 # 뒤에 덧붙이는 말이 톡톡 튑니다. 또한 아주 자연스럽지요. 어깨에 힘을 빼고 친구에게 ‘아, 그런데 말이야…’ 하고 몰래 속삭이는 느낌이랄까요. 괄호 안에 들어갈 법한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싶을 때 언제든 앞에 #를 붙여 보세요. 이런 식으로요. #벌써_7월도_끝 #빨리_휴가가고_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