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샘물·산업부
하지만 대우조선은 고 전 사장 재임 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숨겨 오다 올해 2분기(4∼6월) 3조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수조 원의 영업손실을 발생시킨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것에 대해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를 가장 많이 수주(105억 달러)한 2012년 취임해 올해 초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해양플랜트는 조선업계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안정적인 경영관리’가 아니라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취임 이후 대규모 부실을 반영하자 적자는 1분기(1∼3월) 433억 원에서 2분기(4∼6월) 3조318억 원으로 폭증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대우조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지난달 16일 ‘A’에서 ‘A-’로 내린 지 2주 만이다. 한신평은 “2분기 잠정 실적이 대규모 영업적자로 공시됨에 따라 이 회사의 기존 사업역량, 원가 경쟁력 및 회계 처리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700%에 근접하는 등 재무 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의 ‘미청구 공사액’(회사가 매출로 인식한 공사 금액 중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은 9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발주처가 주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은 금액을 매출로 잡았다는 뜻이다. 못 받은 외상값을 의미하는 장기매출채권은 8700억 원이다. 부실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는 동안 경영진은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이를 숨긴 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연봉 잔치를 벌이고 떠났다. ‘주인 없는 회사’인 대우조선 문제는 ‘실적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던 경영진 때문에 더 곪은 것인지 모른다.
이샘물·산업부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