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랄리아스:언어의 망각에 대하여/대니얼 헬러-로즌 지음/
조효원 옮김/346쪽 1만8000원 문학과지성사
고대 앵글로색슨족과 싸우던 스칸디나비아 민족들의 언어는 영어에 많이 스며들었다. 지금 영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 ‘take(취하다)’는 스칸디나비아 언어에서 흘러들어온 것. 이 때문에 독일어 계열로 ‘take’의 뜻을 가진 옛 영어 동사 ‘niman’은 소멸됐다. 피부(skin) 셔츠(shirts) 케이크(cake) 알(egg) 동료(fellow) 등도 스칸디나비아에서 물려받은 어휘다.
미국 프린스턴대 비교문학 전공 교수인 저자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프로방스어 등을 읽을 수 있는 언어 실력의 소유자. 그 같은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이 책에서 21개의 철학적 단상으로 묶였다.
이 책은 별도의 결론이 없다. 저자의 철학적 사변은 성경과 탈무드 속 바벨탑의 전설에서 끝을 맺으며 여운을 남긴다. “바벨탑은 파괴된 채로 계속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어의 끝없는 혼란 속에 내던져진 채, 끝내 그 사실을 망각한 채로, 바벨탑 속에 머무르는 셈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