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랑 사이좋게 지내는 건 재미없어/강영숙 글, 그림/ 72쪽·1만 원·길벗어린이
이 책에 나오는 남매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오빠 ‘주홍이’와 여동생 ‘분홍이’의 관계가 여동생의 시각으로 그려집니다. 여동생의 눈에 비친 오빠는 거의 ‘도인’입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주고, 못된 친구 혼내주고, 더우면 땀 닦아주고, 다리 아프면 업어주고, 다리가 안 아파도 업어줍니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 생깁니다. 엄마는 어디 갔을까요? 책 앞머리에 살짝 이 남매의 사연이 보이네요. 엄마 직장 때문에 할머니와 살고 있나 봐요. 초등학생인 이 오빠가 조금 일찍 철들어 버린 이유입니다.
그러던 오빠가 화가 났습니다. 말도 안 하고, 학교 갔다 오면 가방만 던져 놓고 나가 버립니다. 여동생은 아예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동생도 혼자 놀아봅니다. ‘부릉부릉 자동차 놀이 하다가…아이, 재밌다.’(43쪽) 한없이 풀 죽은 저 목소리 들리시나요?
방학입니다. 아무래도 형제들이 붙어 있을 시간이 많은 때지요. 같이 앉혀 읽어 주고, 동생은 동생대로 형은 형대로 이야기하기 좋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 이런 뻔한 결론, 굳이 덧붙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