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20·롯데)와 전인지(21·하이트진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대표하던 두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식 멤버가 아닌데도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효주는 지난해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전인지는 지난달 US여자오픈에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KLPGA투어의 강자들이 세계무대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김효주와 전인지에 이어 이번에는 고진영(20·넵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진영은 2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코스(파72·6401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고진영은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테레사 루(대만)와 공동 선두로 나선 뒤 3일 새벽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이 대회 직전까지 해외에서 열린 프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던 고진영이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 국내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을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연초 세계 랭킹이 41위였던 그는 6월말 순위를 29위까지 끌어올려 세계 30위 이내의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출전 자격을 따냈다. 지난주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TV ESPN으로부터 ‘제2의 전인지’가 될 후보로 꼽혔던 고진영은 비바람과 추위라는 악조건에서도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는 “그저 예선 통과가 목표였다. 많은 걸 배운 대회여서 앞으로 프로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순수 국내파인 고진영은 전장이 길어지고 러프, 그린 등 코스 세팅이 까다로워진 KLPGA투어 활동만으로도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이 대회 코스 소유주로 내년 미국 대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현지를 방문해 전인지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5언더파 211타)로 마지막 라운드을 벌였다. 역대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을 꿈꾸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와 호주 교포 이민지도 박인비와 동타로 3라운드를 끝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