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백은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백’과 더불어 1837년 창립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상징한다. 이 회사에선 버킨백은 물론이고 넥타이 같은 소품을 만들 때도 장인정신을 중시한다. 누구의 손길에서 탄생했는지 제품에 표시하는 것도 장인의 존재감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에르메스 장인 1명의 경제적 가치는 50억 원에 이른다.
▷서울 리움미술관의 ‘세밀가귀 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에 가면 우리나라 옛 장인의 혼이 담긴 나전을 볼 수 있다. 12세기 중국 송나라의 사신이 고려 나전을 보고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제목을 따왔다. 자체 소장품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국내외 40여 곳에서 모은 도자, 회화 등 많은 유물 중 고려 때 나전경함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극한의 정교함을 뽐낸다. 전통미술의 특징을 ‘소박함’만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는 기회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