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차흥억 교수
반면 염증 없이 고막 안쪽 중이에 염증성 액체가 고여 있는 삼출성 중이염은 약간의 청력 감소 외에 특이 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염 및 축농증이 있는 아이들이나 평소 입으로 숨을 쉬고 잘 때 코를 고는 아이들은 편도 및 아데노이드 비대가 심한 경우가 많고 이 또한 소아들에게 중이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급성 혹은 삼출성 중이염은 약물치료 또는 고막을 조금 째주고 튜브를 끼워주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런데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중이염을 방치하면 성인이 돼서도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만성화농성 중이염이나 진주종성 중이염은 약물로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심하면 염증이 뇌로 파급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수술에 이르는 사례도 많다. 최근 응급실로 내원한 C 씨의 경우 오래전부터 우측 귀에서 가끔 악취가 나는 이루(고름)가 나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면봉으로 닦기만 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과 구토증이 발생해 병원에 온 사례다. 검사 결과 고막 속이 썩어 들어가는 진주종성 중이염의 합병증으로 인해 내이염과 뇌막염이 발생한 것이다. 귀 뒤 뼈를 긁어내고 새로운 고막을 만드는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어려서부터 관리를 잘했다면 큰 수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