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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생산-특허-판로 풀코스 돕는 ‘창농센터’ 만들자

입력 | 2015-08-04 03:00:00

[創農이 일자리 큰밭]<2>창조경제혁신센터 활용을
창조경제센터서 創農 육성하자




전성호 치즈명가 대표(오른쪽)가 2일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직원들과 함께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전 대표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창농의 주인공이 됐다. 전주=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국내에 귀농·귀촌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전담 기관’을 모른다. 지난해 귀농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귀농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 없는 것”일 정도다. 귀농·귀촌이 진화한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은 ‘종합 예술’이다. 시골에 내려가 농사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농촌에서 발현시키는 것이다. 몇 개 부처의 단편적 지원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안에 ‘창농센터’를 만들자”고 제언했다. 전 부처의 역량을 모으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점검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처음 받았을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죠.”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한옥마을에서 치즈를 판매하는 전성호 씨(38)는 서울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2년 전인 2013년 여름 귀농했다. 사업체 이름을 ‘치즈명가’로 정하고 치즈를 주 아이템으로 정했다. 3월부터 숟가락으로 떠먹는 치즈 종류인 ‘리코타 치즈’를 만들었다.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하지만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판매량이 늘수록 제품 디자인부터 특허 취득까지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전 씨는 5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판로 개척부터 특허 취득까지 모든 것을 새로 교육받았다.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 창업)에 특화된 전문기관을 만나 소통하면서 치즈명가는 개업한 지 5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금은 전주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치즈 업체 중 하나로 떠올랐다.

○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창농센터’ 만들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특허상담실에서 귀농 희망자가 2일 상담을 받고 있다. 센터에서는 특허상담 외에 법률·금융상담까지 창농과 귀농에 필요한 상담 일체를 제공한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전 씨의 사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공 사례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정부 각 부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국 17곳의 창조혁신센터 안에 농업 창업 관련 조직을 만들면, 한국 농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창농인’을 대거 배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집약된 ‘창농센터’를 만드는 것은 곧 다가올 ‘창농 최고경영자(CEO) 10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개소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좋은 예다. 이곳은 창농, 귀농(歸農)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오해영 센터 문화팀장은 “우리 센터는 귀농인이 처음 농촌에 돌아왔을 때부터 생산한 작물이나 가공물을 판매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치즈명가가 ‘떠먹는 치즈’를 특허 취득하는 것을 지원하고 관련 절차까지 도와주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기능에 창농센터의 역할을 추가하면 지역 창농인의 ‘제품보증’에도 도움이 된다. 치즈명가를 운영하는 전 씨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추가 판로를 모색했지만 주요 대형마트 등의 상품기획자(MD)들이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전북센터는 지원 기업인 효성과 함께 전 대표가 여러 유통채널 MD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금 해당 치즈는 전주한옥마을 외에 대전통영고속도로 고성휴게소 등에 새로 납품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에는 8월 말부터 납품할 예정이다. 전북혁신센터는 판매하는 제품 포장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패션업체에서 근무하던 디자이너를 치즈명가에 소개해 주기도 했다.

양오봉 센터장은 “무조건 귀농이나 창농하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귀농한 청년들이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 센터 차원에서 적극 도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앞으로 자체 귀농귀촌조합도 결성해 청년들의 창농 경험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북센터를 지원하는 기업인 효성도 창농인들이 생산한 농산물 및 가공물의 판로 개척을 돕는다.

○ “귀농 열기, 창농으로 연결해야”

각 시군에서는 이미 농업기술센터 내에 귀농귀촌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되다 보니 시설과 콘텐츠가 열악하다. 여기에 농사일 등 귀농 정보만 공유하고 있어 농업 자체에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창업하는 창농과는 거리가 있는 실정이다. 김덕만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현재 귀농귀촌센터는 각 시군의 조례나 예규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 명이 다른 일까지 겸해서 운영하는 센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인력과 정부 지원이 풍부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농 중심지’로 만들 경우 농촌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충북 음성군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이석무 씨(32)는 “(창농을 위해) 전국 각지의 유명 블루베리 농장 20여 곳을 직접 들러야 했다”고 말했다. 귀농해 체험학습장을 운영 중인 최법순 개미들마을 운영위원장도 “농촌이 생각보다 폐쇄적이라 연고가 없으면 내려가 자리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다들 정보를 얻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박시현 농촌경제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내려갈 생각을 했을 때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단순 귀농 귀촌과 창농은 다른 문제인 만큼 기존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귀농하는 창농은 기존의 귀농센터보다 ‘창조경제’라는 측면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유하고 협력해야 할 사안이 더 많다. 이정환 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은 “기존 50대 이상의 귀농 귀촌은 지금처럼 정착시키되 40대 이하의 귀농을 ‘창농’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창농 전담조직을 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로 농업을 발전시킬 인재들의 농촌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백연상 baek@donga.com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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