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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만난뒤 제2롯데 107층 현장에… 신동빈의 정면돌파

입력 | 2015-08-04 03:00:00

[롯데그룹 후계 분쟁]
경영 챙기기 ‘그룹리더 행보’




“흔들림 없이 업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았다. 신 회장은 근로자들에게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갖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 제공

3일 일본에서 돌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에 대한 일체의 반박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 대신 곧바로 롯데월드몰 현장을 찾았다. 자기야말로 롯데그룹의 ‘경영 DNA’를 갖고 있고 조직을 안정시킬 적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형과 차별화한 것이다.

○ 수박 잘라 공사장 직원 나눠줘

신동빈 회장은 오후 3시 반경 아버지와 신동주 전 부회장을 만난 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건물 26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후 곧바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찾았다.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신 회장은 현재 가장 높은 층인 107층(전체 계획은 123층)에 올라가 공사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한국의 ‘랜드마크’를 함께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안전 시공에 최선을 다해 달라” “여러분이 짓고 있는 한 층 한 층이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가 될 것이다” “남은 인생을 걸고 세계적인 관광시설을 만들겠다” 등 사업에 대한 포부를 잇달아 밝혔다. 신 회장은 수박을 직접 잘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특히 롯데가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국 롯데에서 나온 이익금을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고 롯데월드타워에 투자하겠다”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공사 현장에서 내려온 신 회장이 그 다음 찾은 곳은 에비뉴엘 건물에 있는 롯데면세점이었다. 이곳에서도 그동안 제기된 ‘중국 사업 적자’를 의식한 듯 신 회장은 관계자들에게 특히 중국인 관광객 현황을 묻고 “메르스 사태가 이제 끝났으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연이은 폭로전을 통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신동빈 회장을 끌어내리려 했지만 오히려 과도한 언론전으로 역효과가 난 측면도 적지 않다”며 “형과는 다른 전략을 펼치며 차별화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 신 회장의 ‘도쿄 구상’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자 이미지 부각’ 전략은 이날 공항에서 있었던 짧은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투로 “한국 기업이다. 매출의 95%가 우리나라(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롯데의 매출 규모는 각각 83조 원, 5조7000억 원(2013년 기준)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이 전체의 약 93.5%를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일군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성과를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할 때도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우리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잘나가고 있는데 왜 (누가) 들어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 지분구조에는 비밀주의 일관

신동빈 회장의 전략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이며 이를 첫날부터 몸소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조만간 열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과 ‘표 대결’을 벌여야 한다. 현재 롯데홀딩스 지분은 일본 광윤사가 27.65%, 일본 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약 40%를 갖고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신동주 신동빈 두 경쟁자가 각각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안갯속에 있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그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확한 지분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기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에 대해서도 “6월 30일엔가 주주총회를 열어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다시 여는 것이 좋은지,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은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홀딩스는 동아일보의 서면질의에 “주총은 8월 중 열릴지, 9월에 열릴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직 주총 안내장을 발송한 적이 없어 10일경 열린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확인했다. 회사는 또 “(주총 안건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건 한 건인지, 다른 건이 추가될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최고야·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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