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국제부 기자
덴마크 축산업계의 대표 상품은 돼지고기다. 농가는 인구(약 560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돼지 1200만 마리를 키운다. 80% 이상은 도축해 130개국으로 수출한다. 수출량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다음으로 많다.
덴마크 축산업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효율성이다. 농부들은 19세기 말 이미 축산협동조합을 세워 도축, 판매 등에서 시너지를 추구했다. 축산 농가는 40년 전과 비교할 때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돈육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다. 어미 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새끼를 낳으면 출하될 때까지 24마리 이상이 살아남는다. 한국은 13마리에 불과하다. 하루 돼지 한 마리의 체중 증가도 866g으로, 한국(680g)보다 27% 많다. 생산비는 한국의 71%에 불과하다. 모두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국내 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매우 더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다 보니 1차 산업인 축산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덴마크를 보면 국내 축산업이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축산업계가 지금보다 더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덴마크와 겨룰 수도 있다. 중국, 일본 등 소비량이 많고 성장세가 큰 시장도 가깝다. 정부는 2008년 축산업 효율화를 추진하며 50곳 이상의 도축장을 통폐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문을 닫은 도축장은 10여 곳에 불과했다. 불법 도축도 여전하다. 덴마크 축산업계는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1970년 54개에 달했던 협동조합을 2004년 2개로 대폭 줄였다. 1970년 60곳이던 도축장은 2009년 9곳으로 감소했다. 대신 도축장의 규모가 커져 경쟁력이 올라갔다. 한국은 갈 길이 멀지만 축산업 발전을 위해 선택지가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