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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작가상… 직접 꼽아보세요

입력 | 2015-08-05 03:00:00

국립현대미술관 후보4팀 선정… 과천관서 서울관 옮겨 첫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5’전 후보 작가 4명의 작품. 위쪽부터 나현의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 오인환의 ‘사각지대 찾기’, 김기라의 ‘마지막 잎새 #02_당신이 나를 원하는 것처럼’과 ‘붉은 수레바퀴_당신은 나의 것’, 하태범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도입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시작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장소를 옮겼다. 11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5’전. 1995년부터 과천관에서 미리 내정된 수상자의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열리다가 2012년 후보 4팀의 경쟁 전시 방식으로 바뀐 뒤 두 번째로 맞는 큰 변화다.

과천관에서는 독립된 출입구를 가진 전시실 4곳을 하나씩 나눠 썼다. 반면 서울관 전시실은 한 덩이의 공간을 4개로 나눴다. 저마다의 공간을 널찍하게 마련했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 후보 작가들은 좁은 공간에서 바로 이웃한 다른 작가와 부대끼며 작품을 준비했다. 김장언 전시기획2팀장은 “칸막이 없이 공동 출입구를 쓰는 까닭에 ‘누구 옆에 내 작품이 놓이느냐’가 중요해졌다. 공간 배분부터 먼저 협의했다. 작가들의 스트레스와 미묘한 긴장 관계를 엿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길 권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10월 6일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출입구 왼쪽 첫 방은 나현 작가(45)가 구조물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로 채웠다. 철제 뼈대에 붉은 벽돌로 표피를 입힌 축소판 바벨탑 위에 서울 난지도에서 채집한 갖가지 식물을 심었다. “15년간 받아낸 쓰레기 더미 높이가 95m에 이르던 난지도는 바벨탑의 현대적 재현이었다”는 설명이다.

‘사각지대 찾기’라는 주제를 내건 바로 옆 오인환 작가(50)의 공간은 온통 핑크빛이다. 벽면에 보일 듯 말 듯 흰색으로 인쇄된 문자들이 현대 도시공간에서 사적인 빈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속삭인다. “포기하지 마라. 어딘가 반드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 “열정을 붙들고 항상 의외의 상황에 대비하라.” 군대에서 ‘짱 박혀 숨는’ 노하우를 고백한 예비역 10명의 인터뷰, 미술관 직원들이 숨어 쉬는 공간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감시하면서 감시당하는 요즘 세상살이를 축약해 보여준다. 시각장애인의 전시 안내 체험 등 미술관이라는 시스템의 틈새를 찾는 미완의 실험적 퍼포먼스가 눈길을 끈다.

출입구 바로 오른쪽 공간에는 김기라 작가(41)가 ‘떠다니는 마을’이라는 주제 아래 영상 작품 7점을 묶어 내놓았다. 영화감독 의사 성우 무용가 시인 배우 등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노사 갈등, 남북문제 등 한국 사회 현안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아냈다. 래퍼들과 함께 가사를 쓴 뒤 제작한 뮤직비디오 ‘위재량의 노래’는 독립 레이블을 통해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영상을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한 김 작가의 공간에 이어지는 하태범 작가(41)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영역은 대조적으로 새하얗다. 미디어가 현상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찰해 온 그는 감정을 건드리는 색채를 걷어낸 백색 팩트 조각과 사진을 선보인다. 한구석에는 뉴스 속 사건과 연관된 공간 또는 오브제의 모형을 제작하고 촬영하는 개인 작업실 모형을 꾸며 놓아 작업 방식에 대한 이해를 유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