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 분쟁]
장원재 도쿄특파원
다른 실무자에게 몇 번이나 주주총회 일정 등을 물었지만 “비상장사라 주주 관련 질문에는 일절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일반 기업에선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실장은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한술 더 떠 “일본 측에 지분 구조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는데 우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연막을 쳤다.
기자들이 이 회사의 내막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수많은 소비자와 납품 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재계 서열 5위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권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직원이 달랑 3명인 비상장회사 광윤사(光潤社)처럼 글로벌 기업의 정점에서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그룹을 운영하는 회사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오너를 위해 사실을 숨기고, 때로는 육탄 방어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다른 기업에서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기업 활동과 향배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기업에 딸린 수많은 식솔과 소비자들 때문이다. 후계 분쟁에서 세 대결에만 몰두하다간 승자도 패자도 환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