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 분쟁] “신격호 회장, 나를 한국담당으로 착각… 같은 질문 반복하거나 의아한 발언도”
쓰쿠다 사장은 4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 오셨을 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면담을 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 ‘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질문을 하신다든지, 말씀드린 걸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저는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기도 했다”며 “생각해 보면 93세이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쓰쿠다 사장의 발언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근 행보가 명료한 건강 상태에서 이뤄진 일이 아닐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익명을 전제로 일관되게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쓰쿠다 사장은 “각 분야를 담당하는 6명의 책임자가 어느 날 한꺼번에 해임되면 롯데는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일반적으로 그런 사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신격호 당시 대표이사를 그만두게 한 것은 93세이시니까 힘든 판단을 하시기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큰 실적을 남기신 분이어서 존경을 드리는 마음으로 명예회장에 앉으시도록 힘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쓰쿠다 사장은 간담회 내내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 신동빈 회장은 ‘일본롯데 회장’이라고 명확히 구분 지었다. 또 그는 신동빈 회장은 한국 이름으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일본 이름(히로유키)으로 불렀다.
그러면서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모두를 총괄하는 ‘원 리더 체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롯데그룹은 상품 개발이나 상호 판매 등을 한일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신동빈 회장과 한 몸이 돼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일 분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쓰쿠다 사장은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 예정일, 지분 구조,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측 우호 지분 등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닫았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