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욕심에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에 집착한다. 학과, 예체능은 물론이고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까지 과외를 시킨다. 지난달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인성예절교육이 ‘핫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숱한 사교육 대책이 소용없다. 연간 사교육 시장 규모는 33조 원, 올 정부 예산의 8.8% 수준이다. 대학 입학으로 사교육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어학교육 등에 월평균 30만 원을 썼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요즘은 입대 시기와 복무 분야를 선택하기 위한 입영 대상자 사교육이 성업 중이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겹치면서 학사장교 같은 군 간부 준비반을 비롯해 통역병 정보보호병 등 취업에 유리한 인기병과 입대반을 운영하는 학원이 10여 곳이나 된다. 이달 선발시험이 있는 통역병이 되려면 3.4 대 1의 관문을 뚫어야 한다. 학사장교도 만만치 않다. 작년의 경우 여군 학사장교가 6.4 대 1, 해군이 2.8 대 1을 기록했다. 3월 입대한 50사단 야전공병 기술 행정병들은 올해 최고인 188.7 대 1의 경쟁에서 합격한 인재들이다.
▷입대 경쟁률이 치솟은 첫째 이유는 1990∼1995년생 남성이 많아서다. 초음파 검사를 이용한 태아 성감별이 늘면서 1990년엔 여아 100명당 117명, 1991년엔 112명의 남아가 태어났다. 아들선호사상으로 골라 낳은 청년들이 잘 자라 입대 대기자들이 포화 상태인 데다 복학과 취업을 고려해 특정 시기에 입대하려는 모집병 지원자가 늘어났다.
▷현역 판정을 받은 5만2000명이 입영을 기다리고 있다. 입영 적체 해소를 위해 국방부는 9300명을 추가 입대시키고 현역 판정률을 90%에서 85%까지 낮추기로 했지만 당분간 입대 경쟁과 사교육 바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붓감도 모자라는 이 세대는 장가들기 위한 사교육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 과외 없이는 군대도 맘대로 못 가는 세태가 씁쓸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