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 2부]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3>현대차그룹 광주혁신센터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 지난달 29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창업자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3일 이곳에서 만난 유해가스 풀림방지장치 개발업체인 쏠락의 김정남 대표는 광주혁신센터에 자리를 잡은 지 4개월이 됐다. 현재 이 업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 일부에 시범적으로 풀림방지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의 마북연구소와도 지속적으로 협업해 현대차가 만든 수소연료차에서 수소나 전압 등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부품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최근 일이 늘어 직원 한 명을 채용했다. 내년에는 10여 명을 더 고용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에는 시제품을 만들 때 외부에 의뢰해 최소 일주일이 걸렸지만 광주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즉시 시제품을 뽑을 수 있게 됐다”며 “제품 개량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 최신 장비 갖춘 카페 같은 센터
1센터의 다른 쪽에는 창업자가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테스트베드 공간이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희망자가 스케치 수준의 도면을 갖고 와서 상담을 거친 후 이곳에서 3D프린터를 통해 시제품을 뽑아낼 수 있다. 이곳에는 우주비행사 후보였던 고산 씨가 창업한 기술창업 지원회사인 타이드인스티튜트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이 회사 서진환 연구원은 “3D프린터 외에도 3D스캐너와 레이저 커트 등 다양한 장비의 사용법을 방문자들에게 설명하고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대기업과 협업
또 다른 업체인 L&J는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코르크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액체나 기체가 통과할 수 없어 와인의 병마개 등으로 많이 쓰이는 이 소재를 활용해 현재는 가방이나 모자 등을 제작한다. 장기적으로는 이 소재로 자동차의 실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 등을 대체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유기호 광주혁신센터 센터장은 “당초 센터의 설립 취지에 맞게 기술 기반형 창업 기업으로 선정된 10곳은 모두 자동차와 관련된 기업으로 이 중 4곳은 수소차에 들어갈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센터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광주 서구 양동의 2센터에는 생활문화형 창업자들이 터전을 잡고 있다. 실버 액세서리 업체인 ‘나만의 주얼리’의 양우영 대표는 서울 홍익대 인근의 주얼리 업체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광주로 내려와 창업했다. 통상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올라가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양 대표는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해 전국으로 판매를 넓히고 궁극적으로 실버 액세서리의 메카인 일본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지속 가능한 기반 닦아야
유 센터장은 “기술이 있는 젊은이들은 이미 수도권으로 상당수가 올라갔고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연간 60만 대를 생산하는 규모에 맞지 않게 광주 내에 자동차부품 업체는 200여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적극 추진할 만한 산업이나 인력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광주혁신센터가 자칫 현 정부의 성과물로만 포장돼 차기 정부나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역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한 중소기업인은 “각 지역의 센터가 중국의 중관춘(中關村)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테크시티 같은 첨단 산업단지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대기업 지원이나 정부의 성과 홍보용으로만 집착하면 안 된다”며 “지역의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