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의 거목 이매방 명인
7일 별세한 이매방 명인이 2005년 무대에 올라 살풀이춤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고인은 승무와 살풀이춤 등 두 종목의 인간문화재이다.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생전 고인은 “최고의 명무(名舞)란 ‘오매! 요염한 거!’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춤”이라고 했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7세 때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기생들의 조합)장의 권유로 권번교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창조, 이대조, 박영구에게 승무와 검무, 살풀이 등을 사사했다. 15세 때 목포에서 명창 임방울 공연에 출연해 승무를 춰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80여 년간 춤 인생을 걸었다. ‘매방’이라는 이름은 중국 경극 스타 메이란팡(梅蘭芳·매란방)에서 따왔다.
1978년 프랑스 렌에서 열린 세계민속예술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1986년 일본과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펼치는 등 한국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렸다. 2007년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2009, 2010년에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무대에 올라 승무와 살풀이를 선보였다. 2012년 부채춤의 대가 김백봉 선생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게 대중 앞에서 펼친 마지막 공연이었다.
고인의 임종을 지킨 제자이자 한국무용가 백경우 씨는 “지난해 8월 제자들만 모인 개인 발표회에서 직접 입춤을 선보일 정도로 춤에 대한 의지와 힘이 넘치셨다”며 “11월에도 제자들과 함께 모여 선생님의 춤을 모두 선보이는 큰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자신이 오르는 무대의 의상과 소품을 모두 직접 제작하고 제자들의 옷까지 모두 지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이사한 집의 장롱 높이가 맞지 않자 직접 톱으로 썰어 높이를 맞춘 적이 있을 정도로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셨다”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옷을 짓듯 춤에서도 천의무봉(天衣無縫)이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옥관문화훈장,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8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자 씨와 딸 이현주, 사위 이혁열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7시 반, 장지는 경기 광주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02-3410-6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