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숫자로 본 대한민국 어제와 오늘]<1>강해진 우먼파워
주부 김모 씨(64)는 첫딸이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 취업했던 15년 전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졸업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딸의 학사모를 썼을 때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한이 비로소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5등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뜻을 접어야 했다. 주산 부기 등을 배워두면 졸업과 동시에 회사 경리로 일할 수 있다는 주위의 말에 그녀가 선택한 곳은 상업고등학교였다. 그곳에서도 그녀의 성적은 뛰어났지만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줄줄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반면 김 씨의 딸이 대학을 졸업했던 2000년에는 여성의 18.0%가 대졸 이상일 정도로 여성의 학력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그 후로 14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에는 여성 10명 중 4명꼴(39.3%)로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 여기에는 여성의 높은 대학진학률이 한몫했다. 가부장적 사회가 무너지고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딸들도 아들과 동일하게 고등교육을 받게 됐다. 2009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처음으로 남학생을 앞지른 후 남녀 학생 간의 격차는 2014년 7.0%포인트(여학생 74.6%, 남학생 67.6%)까지 벌어졌다.
단지 여성의 취업자 비중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많은 여성이 특유의 섬세함과 끈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올해 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여성 고위공무원이 잇따라 나왔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서 여풍(女風)이 불었다는 얘기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어졌던 ‘금녀(禁女) 지대’도 허물어진 지 오래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두드러진 군에서조차 잠수함에서 여군들의 근무를 허용키로 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장은 “각 분야에서 잇따라 배출된 ‘여성 1호’는 그동안 여성 사회 진출의 상징성을 보여 왔다”며 “이제는 특출한 여성 한두 분이 보여주는 상징성을 극복하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