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옮길 때 챙겨야 할 것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많은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집 근처 병원으로, 혹은 치료를 더 잘한다는 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 이럴 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우선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입원한 상태가 아니라면 의사 소견서 하나로 충분하지만, 입원했을 경우 먼저 옮겨 갈 병원에 관련 과가 있는지, 비어 있는 병실이 있는지, 인공호흡기 등 현재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기가 준비돼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때 보호자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간혹 이런 절차 없이 응급실을 통해 바로 병원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필자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던 한 노인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다른 병원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다”고 말해 퇴원을 시켰다. 그런데 환자는 그날 밤 타고 갔던 응급차로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알고 보니 아들은 옮겨 갈 병원의 응급실로 무작정 찾아갔고, 결국 환자는 대기만 하다가 돌아온 것. 즉 옮겨갈 병원이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가 됐을 때 옮겨야 환자에 대한 치료가 지속될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한 후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병원을 옮기는 도중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설 응급이송단의 앰뷸런스를 이용하는데,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의료진이 따라가야 한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주치의가 결정한다. 따라서 이동 중 의료진 동행 여부를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병원을 옮길 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고 미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원하는 병원으로 가는 건 환자의 당연한 권리다. 다만 중환자나 응급환자라면 되도록 한 병원에서 위험한 고비는 넘기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옮기라고 권하고 싶다.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