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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두 살배기 아기까지… ‘가격표 보복’의 끝없는 비극

입력 | 2015-08-10 03:00:00


지난달 31일 극우 이스라엘인들이 화염병 등을 던져 불에 탄 요르단 강 서안지구 집 벽에서 발견된 낙서(왼쪽 사진). 위의 별은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며 아래는 ‘복수’라는 뜻의 히브리어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화재로 숨진 팔레스타인 아기 알리 다와브샤. BBC 캡처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이스라엘 민족주의자 청년들의 방화로 두 살배기 아기와 아버지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9일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수사당국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2시경 요르단 강 서안 북부 나블루스 인근의 두마 마을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 2채에 불이 나 태어난 지 18개월 된 남자아이 알리 다와브샤가 숨졌다. 아버지는 네 살배기 아들과 아내를 구해내다가 몸의 80%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8일 숨을 거뒀다. 4세 아들과 아내 역시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불은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극우 성향 이스라엘인 4명이 다와브샤 집의 창문을 깨고 화염폭탄을 던져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외벽에 스프레이로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 문양과 ‘복수’라는 뜻의 히브리어 낙서를 남긴 채 도주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해자가 누구든 어떤 테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복수’라는 낙서로 미뤄볼 때 전형적인 ‘가격표 보복’(price tag revenge·용어설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런 보복 방식은 2005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정권이 불법 정착촌을 철거했을 때 처음 시작됐다.

초기엔 스프레이로 ‘가격표’ ‘복수’ 같은 낙서를 남기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과격해져 이번 방화 살해 사건처럼 끔찍한 폭력사태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해 5월 가격표 보복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면서 100명 정도가 이에 가담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규모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 극우파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는 상상 이상으로 이번에 두 살배기 아기가 불에 타 죽었다는 소식에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어차피 커서 테러리스트가 될 텐데 죽어 마땅했다’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인데도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 사냥 사건은 전 세계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데 반해 이번 팔레스타인 방화 사건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좌파 정당 리스펙트의 조지 갤러웨이 대표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피 값이 사자의 목숨보다 더 싸다. 아기의 죽음이 세실 사건에 묻히고 있다”고 비정한 세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트위터 주제어로 ‘세실(#CecilTheLion)’은 7일까지 84만 회 등장한 데 비해 ‘다와브샤(#AliDawabsha)’는 1만5000회에 그쳤다.

:: 가격표 보복 ::

이스라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 행위로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힌 만큼 그 값 그대로 되갚는다는 의미. 극우파들이 요르단 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팔레스타인 주민 건물에 ‘가격표’라는 낙서를 남기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대방 목숨마저도 슈퍼마켓의 가격표에 비유해 응당 치러야 할 대가쯤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