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몽규 회장 “여자축구·K리그 영건 활약에 흐뭇”

입력 | 2015-08-11 05:45:00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왼쪽)이 10일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함께 손을 흔들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아시안컵을 통해 느낀 한국축구

태극낭자, 세계 정상권 中·日 상대 선전
슈틸리케감독 모험적인 팀 운영에 박수


정몽규(53) 대한축구협회장은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현장을 찾아 남녀대표팀을 격려하는 한편 동아시아 각국 인사들과 접촉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짬을 내 취재진과 만난 그는 남자 ‘슈틸리케호’와 여자 ‘윤덕여호’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축구의 외교력에 대한 속내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 대표팀

정 회장이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 윤덕여(54) 감독의 여자대표팀이었다. 중국은 여자축구의 전통적 강호이고, 일본은 4년 전 독일여자월드컵 우승에 이어 올해 캐나다여자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북한도 이에 못지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대회 전 윤덕여호가 3전패를 당할 수도 있으리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태극낭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준우승을 일궜다. 정 회장은 “첫 경기부터 중국을 이기며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아마 6월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거둔 사상 첫 16강 진출의 자신감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젊은 태극전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최국 중국을 완파하며 ‘공한증’의 부활을 알리는 한편 라이벌 일본을 일방적으로 괴롭힌 한국이다. 유럽파와 중동파를 차출하지 못한 만큼 의미 있는 성과였다. 정 회장은 “K리그 영건들의 성장이 눈부셨다. 올 시즌부터 K리그에 23세 이하 선수들이 반드시 포함되고 뛰는 정책이 좋은 영향을 줬다. 유럽리거들과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험적 성향이 짙은 라인업을 꾸려 다소 맥이 빠진 한일전에 대한 정 회장의 생각은 어땠을까. 긴 호흡과 먼 시선을 당부했다. 그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외국 감독이 아니면 그런 모험적인 팀 운영은 못했을 것이다.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 외교력


최근 한국축구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정 회장의 사촌형인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도전이다. 물론 정 명예회장도 동아시아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우한을 찾았다. 당초 남자 남북대결까지 관전하려 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12일) 관전 등 일정이 빡빡해 7일 각국 축구협회장들이 초대받은 만찬에 참석한 뒤 8일 귀국길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최근 “일본이 도우면 99% 당선 확률이 있다”고 했다. 그만큼 동아시아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사실 아시아 축구의 판세는 철저히 계산적이다.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부터 중심을 못 잡는다. 비리·부패의 온상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지지하더니, 이제는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을 지원한다. 정 명예회장이나, 함께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축구협회장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물론 후보 단일화 추진도 없다. 이런 현실에선 아시아 후보들은 결국 각개격파를 당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FIFA 스폰서 수익의 70% 이상이 아시아 기업들의 후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유럽, 남미보다 아시아 시장이 더 크다. 제3대륙에서 회장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차기 아시안컵 유치를 추진하려는 것도 아시아에서 세력 기반을 넓히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한국은 월드컵 등 FIFA 주관 대회 유치만 추진할 뿐 아시아 대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