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1>美 등 입국때 거짓신고
개인사업을 하는 60대 S 씨는 지난해 미국에 사는 딸에게 주려고 2만 달러 넘는 돈을 입국심사 때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이런 창피를 당했다. S 씨는 “세관원으로부터 ‘왜 거짓말을 했느냐. 있는 그대로 신고하면 10만 달러건, 100만 달러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라’고 훈계를 받고 공항을 나왔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S 씨뿐만 아니다. 미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세관원에게 끝까지 거짓말을 하다가 현금 압수뿐만 아니라 공무 방해 혐의로 벌금까지 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재미동포는 “미국 사회는 ‘일단 믿되, 거짓말이 적발되면 두고두고 엄벌하는 시스템’이다. 규정을 어겼다가 한번 적발되면 다음 출입국 때마다 세관원들의 ‘집중 타깃(검사 대상)’이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직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한국인들의 잘못된 정서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주재원 L 씨는 지인을 통해 2만 달러를 주고 산 중고차를 1만 달러 이하로 낮춰 신고했다가 미 세무 당국으로부터 “신고 가격이 정상가보다 너무 낮은 이유를 증빙서류를 통해 소명하든지, 세금 추가액을 납부하라”는 경고문을 받았다.
9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거의 밑바닥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결국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정직이 곧 손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한국식으로 대강대강 했다가 낭패를 보는 한국인들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개인적 불이익을 넘어서 ‘한국인은 못 믿겠다’는 국가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