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DMZ 지뢰 도발] 긴박했던 상황 재구성
김 하사가 출입문을 지나 북쪽 지역에서 전방 경계를 하는 동안 하모 하사(21)가 두 번째로 출입문을 넘어섰다. 그 순간, 2km 떨어진 군 관측소에서 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땅에 묻혀 있던 북한군의 목함지뢰를 밟은 것이다. 하 하사는 폭발력에 튕겨 나가 출입문 바로 앞에 있는 원형 철조망에 걸렸다. 철책이 흔들릴 정도로 큰 파괴력에 주변은 흙먼지로 뒤덮였다. 다른 곳을 감시하던 우리 군의 감시 장비는 바로 소리가 난 지점으로 방향을 돌렸다.
○ 돌발 상황에도 침착한 대응
수색분대장 정모 중사는 곧바로 달려갔다. 응급처치 장비로 하 하사의 상처를 지혈했고 “내가 경계할 테니 후송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후방에 있던 박모 원사, 박모 상병이 합세해 부상한 하 하사를 들고 나섰다. 하지만 김 하사가 첫 폭발 후 5분 뒤인 오전 7시 40분 출입문 남쪽에 있던 또 다른 지뢰를 밟으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소대장 문모 소위가 곧바로 인근 GP로 달려가 지원을 요청했다. GP 병력 6명이 들것을 들고 도착했다. 1차 폭발 14분 만인 오전 7시 49분 환자 후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작전 차량(GP∼GOP 통문)→구급차(GOP 통문∼후방 지휘소 헬기장)→의무 수송 헬기로 신속한 후송이 이어졌다.
○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 묻었을 가능성 높아”
9일 기자들이 방문한 북한 ‘지뢰 도발’의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 대비해 10여 명의 병력이 취재진을 앞뒤로 경호했다. 현장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안 육군 1사단 최전방 GP에서 약 750m 떨어진 곳. 현장에서 남쪽으로 10여 m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 뒤쪽엔 당시 수색병력들이 부상한 김 하사와 하 하사를 응급처치하기 위해 사용한 피 묻은 거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바닥에 남아 있는 핏자국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이종화 1사단장(소장)은 “최근 개인별로 지급된 응급처치 장비가 부상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GP에서 사건 현장의 출입문까지 가는 길은 우리 군이 오래전에 지뢰 수색을 마친 곳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도발 이후 다시 지뢰 수색을 했다. 철 성분이 탐지된 곳에는 철로 만든 투구 모양의 표지(標識)를 놓았다. 사건이 발생한 출입문까지 3, 4개의 표지가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북쪽으로 나가 직선거리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울창한 나뭇가지가 하나 있었다. 이 나뭇가지를 들어보니 인위적으로 흙을 파낸 흔적이 나타났다. 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안영호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준장)은 “동물의 흔적일 수도 있어 단언할 수 없지만 북한군이었다면 이곳에 숨어 있다가 기회를 봐서 지뢰를 묻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군이 잠겨 있던 출입문 너머로 지뢰를 1개 묻을 수 있었던 것은 출입문 아래쪽과 추진철책 사이 틈을 막기 위해 설치한 X자 모양의 철사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끊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조숭호 기자
박민규 인턴기자 고려대 교육학·사회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