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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정은희 사건’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집단성폭행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만료”

입력 | 2015-08-11 14:44:00

정은희 양 아버지 정현조 씨가 진실을 찾기 위해 만든 탄원서와 녹취록, 관련 공문. 사진=동아DB


‘대구 정은희 사건’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집단성폭행 가능성 있지만 공소시효 만료”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 양(당시 18세)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씨(49)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공소제기된 시점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이뤄지려면 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인정돼야 했다. 그러나 원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K 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K 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K 씨가 정은희 양의 물건 등을 훔쳤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나 정은희 양의 물건이 교통사고 사망 현장에서 그대로 발견된 점, 사고 현장에 목격자가 있었고 경찰이 비교적 신속하게 출동해 K 씨가 훔친 물건을 놔두기 위해 현장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이 등장한 이 사건 유력 증인의 증언에 대해서도 “해당 증인은 수사기관 진술을 시작한 지난 3월로부터 16년 전인 1998년 겨울 K 씨의 공범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비록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증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각각 다르게 진술한 점, 1심에서 나온 법정 진술과 모순된 부분이 있는 점 등도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정은희 양의 아버지 정현조 씨(68)는 또 다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며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씨는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사망 원인을)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K 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도 검찰이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3의 범인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대구 정은희 양 사건’은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정은희 양이 대구 구마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사건이다.

당시 사고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은희 양의 속옷이 발견됐으나,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13년이 지난 2011년 K 씨가 검거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K 씨의 DNA가 정은희양 사망 때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 것. 검찰은 이를 토대로 K씨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2013년 9월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공범 세 명은 사건 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마트 앞길에서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던 정은희 양에게 말을 걸어 동석했다. 이어 만취한 정은희 양을 자전거에 태워 3∼4㎞ 떨어진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앞서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K 씨에 대해 사실상 무죄인 ‘면소’를 선고했고, 공범 두 명은 이미 스리랑카로 돌아갔다.

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사진=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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