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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개 숙인 롯데 신동빈 회장, ‘셀프 개혁’ 지켜보겠다

입력 | 2015-08-12 00:00: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제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와 함께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계 지분을 축소하고, 416개에 이르는 순환출자 가운데 80%를 올해 말까지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5위 그룹 총수가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발표대로 실행된다면 다시 ‘입 속의 연인’ 같은 롯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 “그룹 순이익 2, 3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7조 원)가 필요하고, 연구개발이나 신규채용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한 것은 사회적 압박에 밀려 해선 안 될 일을 억지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롯데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고, 국세청 검찰 등 정부 부처가 일제히 조사에 들어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있지만 일본인 주주들이 거부할 경우 지분을 모두 공개하거나, 일본계 지분을 낮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 회장이 진심으로 사죄하려 했다면 지주회사 전환의 비용이나 어려움을 먼저 말하기보다 사재(私財)라도 털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게 옳다. 롯데는 국회 국정감사 논의에 앞서 ‘선제 사과’로 위기를 모면해놓고, 앞으로 수년이 걸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해임’ 같은 법과 제도를 벗어난 황제경영이 상징하듯, 롯데는 국내 최대 유통재벌이면서도 독과점 횡포와 불공정 거래 등 반(反)사회적, 반시장적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처럼 제2롯데월드 허가 등 불투명한 특혜 속에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롯데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일본 계열사 지분 공개부터 성실히 하는 것으로 ‘셀프 개혁’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북한의 위협보다 ‘오너 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롯데의 승계 다툼이 정부 당국과 한국의 시장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져서는 안 된다. 롯데를 비롯한 재벌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도 개혁을 미적거린다면, 주주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전자투표제 집단소송제 등 강력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