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리인하 약발 안먹히자 경기부양 위해 환율카드 꺼내 국내기업 수출경쟁력 타격 우려 “중국경제 호전땐 호재” 전망도
11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179.10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5.9원 올랐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1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일보다 1.86% 높은(위안화 가치 하락)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일일 기준 사상 최대 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런민은행은 이날 성명서에서 “중국의 계속된 무역흑자로 위안화 가치가 실제보다 다소 높아졌다”며 “이는 시장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매일 기준 환율을 고시한다.
○ 한국 경제에는 득실 엇갈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기본적으로 중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기업 간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수출채산성 개선은 거꾸로 국내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예전에는 중국이 수출이 잘되면 우리가 수혜를 보는 구도였지만 이젠 양국 간에 경쟁 상품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국 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환율 카드’까지 꺼냈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다만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면 한국 경제에 결국 득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유재동 jarrett@donga.com·하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