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 개발이익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내 구청장 20명이 “공공기여금 1조7030억 원을 나눠 쓰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구청장들이 서울시 현안에 한목소리를 낸 건 2010년 11월 ‘무상급식’ 사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했던 구청장들의 ‘칼끝’이 지금은 강남구를 향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 모임인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1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른바 ‘강남·북 균형발전론’을 내세웠다. 강남과 강북의 격차 문제가 불거진 건 1980년대 후반부터다. 1970년 이후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강북에 있던 공공기관과 기업, 명문학교 등이 대거 강남으로 옮겨갔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경제와 교육, 생활수준 등 모든 지표에서 강북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나재진 성동구 기획정책팀장은 “강남권의 발전은 결국 강북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며 “한전 부지 개발이익이 강남구에만 투자된다면 나날이 커지는 강남·북 간 격차를 좁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강남구가 욕심을 부린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강남구는 국제업무, 마이스(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 기능을 갖춘 ‘국제교류복합지구’(166만3652m²) 지구단위계획에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이 포함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시군구에 공공기여금을 쓸 수 있게 한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잠실운동장 리모델링에도 기여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영동대로 지하 광역철도망 구축, 쇼핑몰 사업에 쓰기에는 1조7030억 원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일단 강남구에 먼저 쓰고 남는 걸 다른 지역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학 서울시 동남권개발추진반장은 “잠실운동장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2000억∼2500억 원에 불과하다”며 “한전 부지 개발이익금은 서울시민 전체에게 돌아가야 한다. 모두 강남에 쓴다는 건 지나친 과욕이다”고 비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