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트위터 캡처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1일 “자신은 친일파의 후손이었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일후손 사죄의 글’을 통해 자신이 “일제강점기 친일부역자들의 명부인 친일인명사전, 제가 그 사전에 올라있는 사람 중에 한명의 손자”라고 고백했다.
다음은 홍영표 의원의 글 전문이다.
친일파의 후손인 제가 민족 앞에 사죄하는 길은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매진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고 독립유공자 어른들과 후손들도 자주 뵙습니다.
그러나 저 사진촬영 때처럼 그분들 앞에서 웃을 수가 없습니다. '조부의 죄지, 태어나지도 않았던 네가 무슨 죄냐'고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렇게 제가 민족정기사업으로 칭찬을 받을 때는 거리 한복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습니다.
사법적 연좌제는 없어졌다 해도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국민들 가슴 속 분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실을 밝히며 사죄하고 반성하는 것이 자손인 저의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 공개적으로 사죄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하순, 친일후손의 오늘을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준비한다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할지, 무척이나 망설였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하던 일을 해가면서 용서를 구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부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오히려 더 화를 부를지 모른다'는 주변의 걱정까지/// 인터뷰 전날 잠을 설치고 아침까지도 망설이다 결국 인터뷰를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 용서를 구하는 후손으로 사는 것이 그나마 죄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때까지 저는 제 조부가 몰락했지만 한 때 나눌 줄도 알던 넉넉한 지주였고, 고창고등보통학교 설립에 참여한 교육자로 알았습니다. 형님들이 가져오신 자료들을 보며 어떤 사정이 있었건, 교육자로 선행을 했던,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고 부역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친일행위라고 말씀드리고 형님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청춘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자동차회사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단 한번도 일제의 만행을 옹호하지 않았고 일본의 현대사 왜곡과 제국주의 부활에 동조하지도 않았으며 조부로부터 그 어떤 자산물림이나 부의 혜택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아버지는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우다가 이 사실을 알고 20대에 스스로 낙향해 평생 후학을 가르치며 사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재작년 작고하셨을 때 독립유공자 어른들께서 조문을 오셨습니다. 독립유공자 어른들의 조문을 받으시는 아버지의 영정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마음이 좀 편하시나요?'
평생 속죄하면서 사셨던 아버지와 국회의원이 되어 민족정기사업에 힘을 보태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알고 있습니다. 민족 앞에 당당할 수 없는 저는 친일후손입니다.
당시에 저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서명에 나섰습니다. 거리에서 친일파들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시민들께 서명을 부탁드렸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계속 민족정기사업에 나서다보니 독립유공자 어른에게 감사패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그 보다 먼저 어쩔 수 없는 친일후손으로서 운명같이 제가 할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3.1절, 광복 70주년인 이번 8.15 광복절이 다가올 때는 솔직히 부끄럽고 어디론가 숨고 싶지만, 그럴수록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냅니다. 더 질책 받고, 그래서 더 민족정기사업에 정진하며 살아야한다고 다짐합니다.
조부의 친일행적에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거듭 용서를 구합니다. 저 역시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조부님을 선택할 순 없는 일이겠지요. 앞으로도 평생,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힘을 바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들은 잊지 마시되, 그 후손은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봐주십시오. 저는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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