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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男 평균키 163.7cm→ 173.2cm

입력 | 2015-08-13 03:00:00

[광복 70년/숫자로 본 대한민국 어제와 오늘]<4>한국인, 체격도 쑥쑥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상준 씨(40)는 요즘 키가 쑥쑥 크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무척 대견스럽다. 최근 137cm를 넘어선 아들은 같은 나이 때 자기보다 2년 이상 성장이 빨라 보인다. 김 씨의 키 174cm도 아버지보다 6cm 큰 것이다. 김 씨는 “길거리에서 키 크고 다리 긴 젊은이들을 보면 수십 년 사이에 아예 ‘인종’이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광복 이후 70년간 한국인의 체격은 급속히 커졌다. 1890년대 조선을 찾은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측정한 조선인 남성 평균 키는 164cm. 이후 큰 변화가 없다가 1970년대 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육부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3 나이인 만 17세 기준 남자 키는 1965년 163.7cm에서 2013년 173.2cm로 9.5cm 커졌다. 같은 기간 여자 키도 156.9cm에서 160.8cm로 3.9cm 증가했다. 몸무게도 남녀가 각각 같은 기간 13.9kg, 5kg 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겪으며 성장기에 풀뿌리로 허기를 채운 한국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육류, 유제품 섭취가 크게 늘면서 아이들의 키가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69년 전체 식품 섭취량 중 고기,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의 비율은 3%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7배인 21.3%였다.

국제대회에서 신장의 열세로 고전했던 스포츠계도 바뀌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평균 키는 167.92cm. 머리 하나가 더 큰 유럽 선수들에게 주눅 들었던 선배들과 달리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84.04cm나 됐다.

체격뿐 아니라 체형도 바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20대 초반(20∼24세) 남성의 전체 신장 중 다리 길이 비율은 1979년 44.1%에서 2010년 45.8%로, 같은 기간 20대 초반 여성은 45.0%에서 45.4%로 높아졌다. 머리 크기는 작아지고 다리가 길어지면서 1979년 6.7∼6.8등신에서 2010년 7.4∼7.5등신으로 점차 ‘8등신’에 가까워지고 있다. 부드러운 음식 섭취가 늘면서 턱 근육이 퇴화돼 턱이 갸름한 ‘V라인’으로 얼굴 형태도 전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인의 체격은 커졌지만 같은 기간 북한 주민들은 정체 상태다. 고려대 의대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북한 이탈 남성의 경우 입국 당시 같은 나이 남한 남자보다 키(평균 166.5cm)가 6cm 작고 체중(평균 62.8kg)은 9.5kg 가벼웠다. 남북한의 신체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통일 이후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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