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남북, 마음의 장벽을 넘다] 이해의 장 넓힌 ‘생애 곡선’ 소개
“소통엔 분단없게” 남북 말 전달 게임 8일 경기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남북 주민 생애 나눔 프로젝트 중 남북 단어가 섞인 문장 전달하기 게임에서 북한 출신 참가자 백춘숙 씨(오른쪽)가 남한 출신 참가자 이아영 씨에게 문장을 전하고 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이를 듣지 않아야 하는 게임 규칙에 따라 귀를 막고 있다. 연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일 밤 경기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 남북 출신 참가자들은 그래프로 인생의 궤적을 소개하는 ‘생애 곡선’을 그려 다른 이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남한 출신 이아영 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당차게 살아왔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던 17세에 닥친 할아버지의 죽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꿈을 포기하게 됐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쌓이는 빚,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예전보다 힘이 약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북한 출신 김수향 씨는 최근 꿈을 잃은 채 취직 걱정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이 씨에게 편지를 썼다.
“다른 사람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남한 출신 젊은이들도 다들 똑같이 고생하고 있구나. 북한 출신 대학생들은 학비라도 지원받잖아요.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한 출신 정광성 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려움에도 꿋꿋이 버티며 꿈을 위해 잘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하다….’
남한 출신 한상옥 씨는 인생을 되돌아본다. “젊은이들의 열정을 보니 가슴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어요. 응원해주고 싶어요.”
“가족 얘기는 하기 싫은데…” 하면서도 악몽 같던 어린 시절을 고백한 북한 출신 운송 씨도 프로젝트 최종 인터뷰에선 속내를 열었다.
“인생에서 어떻게든 목표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저를 응원하는 편지들을 받고 보니 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신병노 한명옥 씨는 남남북녀 부부. 한 씨는 생애 곡선을 소개하며 “남편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자세히 알려줘 고마웠다”고 했다. 이아영 씨는 이 부부가 로맨틱하다고 느꼈다. “결혼이 행복일까 생각했는데 서로 의지하는 남남북녀가 아름답게 보였거든요.”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