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환율전쟁]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외환·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중국 당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시장 영향을 살피느라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연이틀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중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아주 높아졌다”면서 답답해했다.
○ 엔화 약세-위안화 절하에 원화 샌드위치 우려

중국이 환율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게 분명해진다면 주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가뜩이나 엔화 약세로 고전해온 한국의 원화는 위안화 절하까지 더해져 ‘환율 샌드위치’ 상황을 맞을 우려가 있다.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 계획인 한은도 고민에 빠졌다. 당초엔 기준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동결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각국의 통화전쟁이 본격화된다면 추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한은 안팎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날 외환 당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긴밀하게 관찰하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위안화 평가 절하의 영향으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추세”라며 “한국이 이런 글로벌 추세를 바꿀 수 없고 바꾸려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기적 환율변동 추세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여전히 9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 글로벌 증시·원자재 시장 대혼돈
최근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들은 12일에도 한국 증시에서 3000억 원에 가까운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 행보를 이어갔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가 커져 원유, 구리, 알루미늄 등의 가격은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4.2% 급락한 배럴당 43.08달러로 마감해 2009년 2월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런던 시장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3% 안팎 내려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환율 개입이 자국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도 추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는 조만간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국제 금값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