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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로 무장한 창농 CEO’ 떡잎부터 차근차근 키운다

입력 | 2015-08-13 03:00:00

[創農이 일자리 큰밭]<4·끝>대학-지자체 손잡고 지원




귀농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 귀농인들을 돕기 위한 방안으로 전북대 학생들이 구상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모델. 귀농인들이 재배한 작물의 생산자 이력을 소비자가 쉽게 추적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젊은 귀농인 나창농(가명) 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은 후 첫 수확을 했지만 정작 작물을 판매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일부 다른 귀농인들처럼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농작물 판매를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근심만 늘어가던 나 씨에게 한줄기 빛이 된 것은 초보 귀농인들의 작물로 구성된 요리재료 꾸러미를 판매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요리 종류에 맞춰 맞춤형으로 판매하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앱이다. 나 씨는 이 앱을 통해 자신의 작물을 판매하는 데 성공한다. 나 씨의 사례는 올 상반기 전북대 농업경제학과의 교양수업 과목 중 하나였던 ‘창의적인 농산어촌산업 프로젝트’에서 나온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재구성해 만든 시나리오다. 성공적인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과 귀농·귀촌을 위해서는 젊은 창농 지망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도 스마트한 창농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강단에서 시작되는 창농과 귀농

학생들은 귀농 희망자들이 주말에 시골에서 농사일을 체험할 수 있는 ‘팜 셰어링(농장나눔)’도 제안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농업경제학과의 송춘호 교수는 전북도청과 손잡고 올해 처음으로 창농, 귀농과 관련한 수업을 개설했다. 전북도도 ‘대학 졸업 후 농업 관련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 이를 통해 전북지역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북도의 생각과 송 교수의 아이디어가 맞아떨어져 첫 수업으로 이어졌다.

수업은 교실보다는 현장에서 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직접 농촌을 방문해 어떤 문제점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창농 귀농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현장에 나가지 않을 때는 학교에서 주선한 귀농자들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한 학기 동안의 수업은 창의적인 농촌 창업 아이디어를 배출했다. 그중 하나가 귀농한 지 채 5년이 되지 않은 초보 귀농인들의 작물로 요리 재료 꾸러미를 만들자는 것. 요리 재료 꾸러미는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바쁜 맞벌이 부부나 자취생 등을 위해 조리만 하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를 구성해 놓은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학생들은 정부가 귀농을 장려하고, 귀농인의 수도 크게 늘고 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많은 수가 정착에 실패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즉, 귀농 초기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정착률이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도 하고 생산물 이력까지 알 수 있게 해 소비자들이 식재료를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고안했다. 이 밖에도 귀농인들을 위한 정책성 보험, 귀농 및 창농 희망자들을 위해 주말에 지역 농촌과 귀농 희망자들을 연결해주는 ‘농촌 셰어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 수업에 2000만 원을 지원한 전북도에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도 농업 정책에 중요한 자료로 참고할 예정이다. 전북도에서는 내년 1학기에도 전북대와 함께 같은 주제의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내년 수업에선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도청과 협력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졸업 후 성공적인 창농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창농 CEO 10만 명 시대 연다

전북대의 ‘창의적인 농산어촌산업 프로젝트’ 과목 수강생들이 농가를 방문해 농법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전북 지역은 물론이고 강원 지역의 농가까지 직접 방문했다. 전북도 제공

전북대뿐 아니라 한국농수산대에서도 젊은 창농 CEO 1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한 수업이 올해 처음 시작됐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식품가공스쿨과 농식품창업스쿨.

농식품가공스쿨은 성공적인 창농을 위해선 단순히 작물을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8일부터 열리고 있는 수업에는 졸업생 21명이 듣고 있다. 수강생의 평균 연령대는 31세. 주로 곡류식품과 콩류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수업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농식품창업스쿨도 인기다. 이달 6일부터 매주 1회씩 8주 동안 열릴 예정인 수업에는 성공적인 창농을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졸업생은 물론이고 재학생까지 참가하는 수업에서는 농업법인, 영농조합법인이 무엇인지에서부터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는 법, 판매 전략과 자금 조달 방법까지 창농을 위한 실제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양주환 한국농수산대 창업보육센터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농을 하려는 귀농인 또는 귀농 예비자들의 관심이 특히 많다”며 “아이디어를 영농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성공적인 창농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주=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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