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3>美 “책임사육” 공익광고도
얼마 전 주말 저녁 동네 인근 공원에 이웃들이 모였는데 반려견들도 함께였다. 하나같이 목줄을 하고 나왔는데 특정 지점에 다다르자 주인들이 일제히 목줄을 풀었다. 그곳에는 ‘Off Leash’(줄 놓을 수 있음)라는 푯말이 있었다. 푸들을 데리고 나온 조시 게이브리얼 씨는 “자식 같은 반려견에게 답답한 목줄을 두르고 싶어 하는 주인이 누가 있겠느냐.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지정된 곳에서만 줄을 푸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주인들 손에는 배변 봉투가 한두 개씩 들려 있었다.
미국은 반려견 천국이다. 하지만 관련 규제와 불문율은 한국보다 엄격한 편이다. 나에게는 사랑스럽지만 타인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기를 수 없다면 아예 기르지 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 유기견 방지 등 반려견 문화를 안내하는 TV 공익 광고에선 ‘Breed Responsibly’(책임 있게 길러라)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먹거리 등 소비재가 한국보다 저렴한 미국에서 유독 ‘개 값’이 비싼 것도 ‘책임 사육’을 강조하는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워싱턴 인근 매클린 시에 사는 자영업자 보 듀어 씨는 지난해 말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1000달러(약 118만 원)를 주고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샀다.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 거리에서 같은 견종이 30만 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 듀어 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반려견도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 시내의 수많은 노숙인, 걸인 중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미국이 ‘반려견의 천국’이 되기까지는 이처럼 애견가들의 배려와 노력이 숨어있다. 이제 애견문화도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