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류의 식물은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서 사무실 책상에 올려놓고 키우기 적합하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픽사만은 아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는 구글은 좀 더 진화된 내용을 그려냈다. 이른바 ‘구글플렉스’라고 부르는 이 본사는 마치 거대한 건물 덩어리 안에 거미줄을 연상시키듯 작은 사무실이 얽혀 있다. 정원엔 자전거 트랙뿐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기르는 텃밭 정원도 만들어졌다. 이 텃밭 정원에서 전문 정원사는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는 요리에 필요한 식물을 선택해 준다. 꼭 그래야 할 의무는 없지만 원하는 직원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텃밭과 정원에서 보내고 다시 일에 복귀한다. 페이스북이 최근 완성한 본사는 아예 거대한 건물의 지붕을 완전하게 옥상정원으로 만들어냈다. 걷는 거리가 직선으로만 800m에 달하는 공중 정원인 셈이다.
정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실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도시화의 진행이 빨라지면서 정원은 점점 도시 속에서 사라지는 중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최근 많은 경향들은 정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진화 중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영어로는 ‘working place garden’, 우리말로 옮기자면 ‘직장 정원’이 될 텐데 아직은 용어 자체도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이지만 정원이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된 형태 중 하나다. 회사 특히 본사는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상주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건물에 갇힌 채 오염된 실내 공간에서 지내는, 피곤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서가는 기업들이 그간 버리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건물 밖을 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그곳으로 직원들을 나가게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선택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직장 정원의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곧 이 직장 정원의 문화는 상륙할 것이고 이로 인해 직장인의 삶도 조금은 질적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직장 정원도 있다. 책상 위 컴퓨터 앞에 놓아두는 화분 하나가 정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뿌리로 물을 흡수하고 잎의 기공을 통해 다시 수분을 배출한다.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밖으로 내주는 역할도 한다. 화분 하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낼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실내 환경에서 잘 자라주는 몇몇 식물은 식물 하나가 방 안 전체에 퍼진 중금속 성분을 순화하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은 크게 세 가지 군으로 압축이 된다. 일단 실내 환경에서 살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우선 아마존과 같은 열대우림 기후가 자생지인 잎이 큰 관엽식물군, 사막에서 자라는 다육식물군, 그리고 알뿌리를 지닌 식물군 정도가 가능하다.
창문을 통해 햇살이 들어오는 사무실이라면 햇볕을 좋아하는 제라늄이나 펠라고니움 화분이 적당하다. 만약 창문이 없이 형광등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면 적은 일조량에도 잘 견뎌주는 잎이 큰 관엽식물, 고사리류, 아이비 등이 적당하다. 잎이 두툼한 선인장을 포함한 다육식물은 무엇보다 빛을 좋아하니 창가에 올려놓고 키우는 것이 적당하다. 물론 식물의 종류에 따라 물주기도 달라져야 한다. 다육식물의 물주기는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이면 충분하지만 잎이 큰 관엽식물은 그만큼 증산작용도 활발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충분히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제라늄이나 펠라고니움 등은 화분 속의 물이 완전히 마른 뒤 다시 한 번 듬뿍 주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주면 된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