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朴의원 “나로 인해 국회 비난받지 않길” 박기춘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한 뒤 자리로 돌아오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표결 직전까지 여야 의원들과 두루 가까운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동료 의원을 옹호했다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123명, 새정치연합 106명, 정의당 및 무소속 등 총 236명이 참석했다. 가결이 137표로 부결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보다 많았다. 새누리당은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표결이 불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 표는 일부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누리당 의원(123명)과 비교섭단체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하더라도 7표 이상의 찬성표가 새정치연합에서 나온 셈이다. 새누리당에서 일부 반대표가 나왔다면 새정치연합의 찬성표는 더 늘어나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몇 명이 부결 투표를 하겠다고 하지만 (야당이) 전부 반대해도 가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야당 관계자는 “무더기 부결 표가 나오지 않은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 여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투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간적으론 고통스러운 선택이었고, 박 의원에게는 미안하다”며 “형평에 어긋나고 처사가 과해도, 우리만큼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 야당의 길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소주 한잔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기춘 ‘눈물의 호소’, 여론의 비판에 꺾여
박 의원은 7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맡으며 지하철역 신설, 복선전철역 유치 등의 성과를 냈다. 지역 기반도 탄탄해 당내에서는 ‘남양주의 신’으로 불렸지만 정치 활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투표를 마친 박 의원은 몇몇 의원과 악수를 나눈 뒤 표결 결과를 보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의원이 악수를 청하자 두 팔을 벌려 크게 안아주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박 의원과 악수를 나눴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의원이 다음 총선도 (경기 남양주 당선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야당도)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박 의원의 구속 여부는 19일이나 20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