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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심각” 새벽 기숙사 인터넷 끊는 대학

입력 | 2015-08-14 03:00:0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일부 대학 자체 ‘셧 다운제’ 시행
“정규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잠 좀 자자’ 룸메이트 불만 늘어”
“성인을 초등학생 취급하나… 인터넷 수강-과제 못해 피해”




일부 대학이 심야에는 기숙사에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셧 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새벽까지 컴퓨터를 쓰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다른 기숙사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해 나온 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인터넷 이용 학생들은 “성인인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학교가 마음대로 가로막는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2∼4명이 쓰는 기숙사방에서 유선·무선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와 목포해양대 기숙사에서도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기숙사 유무선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다. 포스텍(포항공대)은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기숙사에서 학생들의 게임 사이트 접속만 선별적으로 막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인터넷과 게임 사용을 통제하자 학생들은 대학 측이 학생의 권리를 막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으면서 학습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에 사는 학생 차모 씨(22)는 “컴퓨터 관련 전공 특성상 과제 하나 완성하는 데도 10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새벽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써서 요금이 15만 원 정도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나모 씨(19·여)도 “수강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인터넷 강의를 밤에 듣다가 인터넷이 끊겨 새벽에 일어나 수업을 들어야 했던 황당한 일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셧 다운제’를 시행 중인 학교들은 강경하다. 심야 인터넷 사용이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측은 “새벽에 노트북 자판 소리나 모니터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룸메이트의 민원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관계자 역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인터넷 제한의 한 이유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 관계자는 “새벽에 게임을 하느라 수업 중에 조는 학생이 있어 새벽 인터넷 금지는 교수들도 매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 학교 재학생 원모 씨(27)는 “룸메이트가 이어폰을 끼고 게임을 해도 타이핑 소리와 게임하면서 내는 욕설 같은 소리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다”고 얘기했다. 이 때문에 포스텍은 학생들이 주로 하는 게임 접속만 선별적으로 막는 방식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된 대학생 가운데 일부가 최소한의 자기 통제도 못 하는 상황과 이런 학생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대학의 발상이 결합돼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이 성인인 대학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생들 역시 자체적인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노아름 인턴기자 경희대 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