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11일 대의원총회에서 “합의에 따른 성매매를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의결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앰네스티는 성을 사고파는 사람과 알선업체 등 관계자 모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면 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학대가 음성화되고 국가의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각국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는 성적 학대이자 폭력”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위 있는 인권단체에서 어떻게 성노동자를 착취하는 포주와 성매매업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것이다. 미국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은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립 등을 포함한 8500명이 동참한 공개서한에서 “성매매 조직을 보호하는 조치이자 앰네스티의 명성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웨덴 외교부 장관은 “성매매 여성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택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건 신화일 뿐”이라며 “포주와 성매수자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