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SK-재계 표정
SK그룹은 13일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진 뒤 “국민의 바람인 국가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열고 “경영 공백을 조기 해소하고 고용, 투자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할 방안을 적극 추진하자”고 결의했다.
○ 책임경영 위한 복귀 시점 주목
최 회장은 구속되기 직전인 2012년 12월 계열사 사장단협의회 성격이었던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6개 위원회를 갖춘 별도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동시에 자신이 맡고 있던 의장직을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현 SK이노베이션 회장)에게 맡겼다. 최 회장은 당시 “전략적 대주주로서 해외 자원 개발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기보다는 글로벌 기업 CEO 등 각국 주요 인사들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면 복권은 SK그룹이 ‘경제 살리기’에 제대로 역할을 해 달라는 정부의 주문인 만큼 늦어도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1, 2개 계열사 CEO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책임경영 차원이라면 이달 1일 출범한 SK㈜(SK C&C와 SK㈜ 합병 법인)의 CEO가 가장 유력하다. 최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SK㈜의 최대주주다. 특히 SK㈜는 탄탄해진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바이오사업을 에너지, 이동통신, 반도체에 이은 제4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국내외 바이오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사령탑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그룹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으로 투자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5조 원대, 올해 6조 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SK하이닉스는 이미 5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결정하고 최 회장의 최종 재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으로서는 사면 직후 경영에 바로 복귀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경제 활성화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3년간의 암흑기 탈출 기대
실적도 나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5조 원, 올해 상반기(1∼6월) 3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나머지 주요 계열사들은 오히려 역(逆)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13개 주요 상장사(SK하이닉스 제외)들의 영업이익은 2012년 전년 동기 대비 ―31.9%, 2013년 ―1.2%, 지난해 ―41.1%로 3년 연속 전년보다 감소했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 2012년 10월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직접 찾으면서 의욕을 보였던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큰 관심을 보였던 자원개발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
○ 예상 밖 소폭 사면에 아쉬운 반응도
재계에서는 최 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사면을 환영하면서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 3부자(父子) 등 다른 총수 일가들이 제외돼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침통한 분위기다. 총포·화약류 관련 회사인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2020년 2월까지 등기임원을 맡지 못해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회장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이번 사면을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기소돼 구 명예회장 3부자가 집행유예 기간이거나 수감 중인 LIG그룹은 “피해 보상 노력이 반영돼 경영 일선 복귀를 기대했지만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