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맞춰 訪中은 예정대로 하되 한미동맹 고려, 군대열병식은 불참 아베도 9월 6일경 중국 방문 유력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기념절 열병식에 불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13일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맞춰 중국은 방문하되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이 대규모 무력시위 성격의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방문은 2013년 6월 국빈방문 이후 두 번째다. 청와대는 방중 일정을 다음 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다음 달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또 다른 소식통이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방중 일자는 6일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항일 승전’이라는 행사의 성격상 전승절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일본 총리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격상시킨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에는 아베 총리의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와 올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차례 약식 만남을 가진 아베 총리가 이번에 방중하면 정식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중일 관계가 급진전하면 한국만 외교적으로 소외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선제적인 방중으로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까지 한국에 ‘중국 방문 재고’를 당부하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일(抗日)’을 강조하는 전승절 행사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논리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중국에 통보가 된 상태로 번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미국에 양해를 구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전승절 불참 압력을 넣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한미 양국이 “사실무근”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10월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박 대통령이 중국행을 강행할 수 있는 것 역시 ‘방중은 예정대로, 열병식은 불참’이라는 투 트랙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 시 주석, 아베 총리 등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를 앞두고 한국으로서 절충점을 찾아낸 셈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