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의 봄/이현 글·정승희 그림/200쪽·9800원·푸른숲주니어
책을 읽다가 이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주인공 협이의 마음이 느껴져서입니다. 협이는 부산포에 가까운 동래성 노비로 있다가, 한양 궁궐 무동으로 옮겨온 상태입니다. 고향 동래성에는 부모님과 여섯 동생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흉흉하기만 합니다. 경상도가 무너졌고, 충청도에서도 패전 소식이 들려옵니다. 급기야 왕과 세자가 북쪽으로 피란을 갑니다. 조선이 망한다는 소문도 돕니다.
주인공 협이가 궁궐 노비를 자원한 것은 원래는 양반이던 집안의 면천을 위해서였습니다. 궁궐에 드나들면 왕께 직언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왕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왕이 무책임하게 도망갑니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게 된 협이에게도 같이 가자고 합니다. 왕을 따라가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지만 동래성의 가족을 구하러 갈 기회는 없어지게 됩니다. 비록 그들의 생사는 알 수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협이는 거절합니다.
임진년의 봄, 이현궁으로 피맛길로 경복궁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협이에게서 우리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네 발걸음도 그렇겠죠.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