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는 일본군 학도병으로 배치됐던 중국 쉬저우에서 1944년 7월 탈영해 6000리의 험난한 장정 끝에 1945년 1월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도착했다. 소망했던 광복군으로 편입돼 미국전략첩보대인 OSS의 훈련을 받았다. 훗날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이 함께 훈련을 받던 동지다. 어느 겨울밤 장준하는 설원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김준엽과 서로 껴안고 “우리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하겠어”라고 다짐했다. 칼바람 속에 눈베개를 하고 밤을 지새웠지만 조국 없는 설움이 더욱 치 떨렸다.
▷역시 일본 유학생 출신인 춘원 이광수는 돌베개에서 한가한 휴식을 연상했다. 개울에서 돌 하나를 가져다 베개를 삼으니 참 좋더라는 수필도 남겼다. 옛날 한시에 나오는 ‘고침석두면(高枕石頭眠·돌베개를 높이 베고 잔다)’이라는 구절을 인용해 산길에서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돌베개를 베고 자는 사람이 대단히 시원해 보인다고도 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주필도 지냈지만 훼절했으니 돌베개의 의미도 광복군과는 달랐을 것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